막걸리 안주는 인절미가 최고인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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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9 회

벽에다가 고무줄을 하나 걸었지. 그리고 벽에다가 금을 그었어. 주모가 막걸리 주전자를 가지고 들어오면 고무줄에 거는 거야. 두 되짜리 주전자에 한 되를 가지고 들어올 때나 한 되짜리 주전자에 반 되만 시킬 때, 고무줄로 막걸리 양을 가늠했지.”

고무줄 저울을 쓴 거네요. 막걸리 양을 달아본 걸 보면 인심이 야박했었다고 봐야겠는데, 탄력 있는 고무줄 저울을 썼다니 후했던 것도 같고……, 헷갈리네요.”

이 사람이, , 술이나 들어, 술자리에서 웃자고 한 짓이지 뭐.”

그래요, 막걸리나 들자고요. ‘공술래공술거지유. 빈 술로 왔다가 빈 술로 가는 거지, 뭐 죽을 때 술 싸가지고 가나유.”

막걸리를 먹다 보면 유난히 지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. 물론 다른 술을 마실 때도 그렇지만 막걸리 마실 때 더 그런 것 같다.

아마, 막걸리가 예전에 많이 먹던 술이고 지금은 아쉬운 청춘을 함께한 친구라서 그런 것 같다. 막걸리가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의 연료라도 되는 걸까.

형이 술을 좋아했거든요. 술이 덜 깨서, 새벽에 아랫집에 왔더래요. 막걸리가 남았다는 걸 알고 찾아온 것 같은데, 술 덜 깬 사람한테 식전부터 술을 줄 수도 없고 해서, 아랫집 아줌마가 인절미를 줬대요. 그랬더니 형이 하는 말이, 막걸리 안주는 인절미가 최고인데 하더래요.”

막걸리가 뭔 안주가 필요 있나. 술로서 완벽하지 못하고 부족한 술에나 안주를 곁들이는 것이지.”

그렇지요, 형님. 이 마지막 남은 풋고추는 제가 안주 할게요.”

, 이 사람 보게. 막걸리는 무거워서 아랫사람한테 따를 때도 두 손으로 따라야 하는 술이여. 예의 바른 아니, 예의 가르치는 막걸리 앞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여.”

음식과 술의 경계를 넘는, 우리 연배들에게는 술의 첫 경험을 허락해주었던, 막걸리를 먹으면 대화도 덩달아 털털해지고 순해진다.

나는 그게 좋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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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008년 2월 19일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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